was yours was mine의 엽서집 시리즈는 각 주제별로 사사로운 기억의 장면들을 엮어낸 필름사진 엽서집입니다. 단순 사진집이 아닌 엽서집의 형태를 선택한 것은, 사진 속에 간직된 순간들을 마음 담아 편지하기 위함입니다. 어떤 소중함이 당신 혹은 그 누군가를 통해 소비되고 간직되기를 바랍니다.

Léonor-Fini Garden


파리(Paris)하면 에펠탑, 패션의 도시, 세계적인 규모의 박물관과 미술관 … 어쩐지 화려한 이미지이지만, 나에게 있어 파리를 추억하게 하는 것은 단연코 공원이다. 파리의 크고 작은 공원들. 각자의 휴식이 공존하는 그 곳. 파리에는 공원이 정말 많다. 숨구멍이 잘 트인 도시라고 해야할까, 어디서든 쉽게 나무와 벤치를 찾을 수 있었다. 덕분에 파리를 여행하는 동안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공원에 갔다. 여행의 피로를 잠시 내려둔 채 타인의 휴식을 감상하는 일이란 정말 더없이 행복했다. 휴식의 자세, 표정, 분위기. 공원의 풍경들은 나를 안심하게 했다. 레오노르 피니 가든(Léonor-Fini Garden)에서 찍은 이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공원 사진 중 하나이다. 피카소 미술관을 둘러보고 나와 잠시 벤치에 앉아 쉬던 중, 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들의 녹아내릴듯한 저 여유를 보라 ! 그들의 휴식은 나를 무장해제 상태로 만들었다. 어디서든 마음껏 쉴 자세가 되어있는 사람들. 온 몸으로 오후를 즐기던 그날의 한 장면.



Pic and Written by Noru Yang 

happenstance


행은 겹겹의 우연을 통해 희로애락을 이룬다. 걷는 여행은 특히, 그런 우연의 기회가 많다. 어느 날 제주에서 버스를 환승할 때였다. 길은 마냥 평탄치 않았고, 나는 멀미에 약했다. 울렁이는 속과 머리를 가라앉히려 애쓰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날은 덥고, 길은 찾아야겠고, 여러모로 정신이 없었다. 갈아탈 정류장을 찾으려 두리번 두리번. 그렇게 몇 발자국 걸었을까, 갑자기 선명하고 광활한 것이 눈 앞에 펼쳐졌다. 우연히 마주한 그 풍경에는 조그맣고 새하얀 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들판과 생생하게 솟아오른 초록의 나무와 오름, 그리고 뽀실뽀실 밀도 있게 피어오른 뭉게구름이 있었다. ‘와!’ 하는 외마디 감탄과 함께 일어나는 단순하고 오롯한 기쁨. 누군가는 알아차리지 못한 채 그냥 지나쳤을 작은 행복. 여행에서 우연은 감각에 느낌표를 더해준다. 그런 여행의 감각들을 잘 새기다 보면 차츰 감도가 높아지게 되고, 알고 보면 항상 주위에 있었던 아주 사소한 기쁨들을 하나 둘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행복의 감각. 여행이 내게 주는 의미란 그런 것이다.



Pic and Written by Noru 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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